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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향하여 쓰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자의식이 생기고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는 몇몇의 거짓들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 자신에게 쓸 것이다. (가능하다면 정말 오로지 나 자신에게) '선글라스가 보존, 말하자면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돋보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구하는 것이라면 나는 돋보기를 씌울 것이고 그것은 지금 내가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정녕 끝이라고 생각될 때 별안간 눈물이 쏟아지게 하였으면. 그리고 금세 그곳에 돋보기를 대게 하였으면.
한동안 상심하여 공감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하였다. 그것은 진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과거형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모든 것이 감이고 때려 맞추기인지라 아주 신물이 났다. 종종 나는 나만 이렇게 멍청이인가 하고도 생각했었다. 물론 그 답조차도 알 수 없다. 타인도 나정도의 깊이만큼 괴로워하는지, 그보다 더한지, 덜한지, 아니면 그 모든것이 내가 바라는 이상엔 사실 아무 관련도 소용도 없는 것인지.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는 것도 끝끝내 알았지만은 그걸 진정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무것도 얕보거나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해의 가능성이 아니라 오해의 필연성인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점을 악용하여 스스로를 속이거나 타인을 경멸할 때도 더러 있었다. 그리곤 그 잔인함에 몸서리치곤 했지만. 그 모든것이 한걸음 물러서서 벗어나고 나니 참 부질없고 아름답더라. 얼마나 꽃 같았는지.
눈물이 날 때 그곳에 돋보기를 댈 수 있다면 그 눈물은 진실이 아니고, 혹은 그 돋보기는 흐릿할 것이 분명하고, 혹은 눈물과 돋보기는 아예 상성이 맞지 않고... 그러한 가능성들을 생각하고 힘이 빠져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적어도 나에게는 낫다. 여기서 한마디로 줄여진다. 나의 운명인 것이다. 그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에게 거짓을 가려내고 분석하는 일들은 바깥 뇌의 단단한 울타리가 되었고, 안쪽 뇌는 거짓이든 진실이든 오랜 시간 사랑해 온 깊은 거짓이라면 그 거짓마저 아름답고 소중하다, 고 여기고 있다. 나에게 모든 과정은 아름답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을 중요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것은 세심함이다. 그것은 결과의 표지판을 과정이란 긴 끈에 아주 촘촘하게 꽂아 두고 사랑하고 누리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혹시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걸어가는 이 길이 사실 그 목적지의 본질과 아주 상반된 길이라고 해도, 훗날 내가 쌓은 탑이 모래탑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해도 이제 더이상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모든것들을 사랑했다는 것이니까.
사실 그렇게 사랑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진실이라던가, 거짓이라던가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베일에 싸여 있던 것이 벗겨진(듯이 보이는) 거짓(이 아닐수도 있는 것)을 금세 경멸하게 되어버리는 버릇도 고쳐야 할 것이고 때로는 내 모든 가치들을 전복시켜야 할 때도 올 것이다. 나는 하필이면 폭로와 경멸들을 좋아하였는데 타인은 절대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의 증명으로 그 좋아함이 단단해졌었던 듯 하다. 그것에 끌리는 마음은 아직도 여전하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보다 몇천배는 더 즐거운 것을 발견했다. 그건 돋보기다. 그 돋보기는 따스함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멸을 의도하고 있지도 않다. 혹은 그것들에 최종 결과가 된 듯 오래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따스함이나 경멸을 의도하는 순간, 너무 오래 머물러서 그런 돋보기가 있었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돋보기가 아니게 된다.(이것이 내가 경멸을 경계하려는 이유다 따스함에 비해 경멸은 너무 달콤해서 나를 너무 오래 머무르게 한다),(혹시 교묘하게 주객전도를 하는 것으로 읽힌다면 오해다 그 이유를 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해라고만 알아주었으면) 내가 이 돋보기를 잘 사용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나는 이 돋보기를 내가 살아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애를 근거로 하여 (근거가 빈약하다고 경멸하는 이가 분명 있을 것이지만 사실 여러모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너무나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지금까지 서술한 것의 꼴을 갖춘 하나의 과정이자 무수한 결론들과 거기서 받은 이런 저런 느낌을 담은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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